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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교실의 미래

부루팡 富樓房 · 연구인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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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신길동 어느 골목, 8월의 열기 속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길2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지. 1,332가구 규모의 주택이 들어설 이 자리는 아직 철거와 이주가 진행 중이다. 장관은 "주민 소통과 속도감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곧이어 현물보상 절차가 시작되고, 오래된 건물들이 헐리고, 새 아파트가 솟아오를 것이다. 그런데 같은 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더 조용하지만 어쩌면 더 큰 의미를 지닌 법안들이 통과되고 있었다. 노후청사 복합개발법, 학교용지 복합개발법, 빈 건축물 정비법.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 법안 여섯 건이 마침내 입법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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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의 윤곽은 이렇다. 준공 후 30년 이상 된 공공청사를 주택과 생활편의시설로 탈바꿈시킨다. 학령인구 감소로 비어가는 학교용지에도 주택을 짓는다. 1년 이상 미사용된 비주택과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건물까지 '빈 건축물'로 통합 관리해 정비의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약 1만㎡ 규모의 유휴 학교용지는 대규모 사업에 필요한 지구지정 절차마저 생략된다. 속도를 위해 절차를 덜어낸 셈이다.

세부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조급함이 곳곳에 배어 있다.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를 신속히 정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일몰(日沒)기한은 올해 말에서 2029년으로 3년 연장됐다. 비주택 공공개발토지를 주택 용도로 전환하는 '재구조화' 절차까지 신설됐고, 환경영향평가 특례와 소음기준 완화 근거도 마련됐다. 도시형생활주택의 세대수 제한은 준주거·상업·공업지역에서 500세대 미만으로, 역세권은 지자체 조례에 따라 700세대 미만까지 풀린다. 공급, 공급, 공급. 법안 곳곳에 각인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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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법안들이 전제하는 풍경은 무엇인가. 텅 빈 교실, 낡은 청사, 공사가 중단된 채 녹이 스는 철골 구조물. 어느새 우리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장면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제 통계가 아니라 공간으로 나타난다. 미사용 학교용지와 폐교부지가 주택 후보지로 검토되고, 붕괴·화재 우려가 있는 빈 건물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철거 명령이 의무화된다. 칼럼니스트가 뭔들 알겠는가마는, 이것이 인구 감소 시대에 국가가 공간을 재배치하는 방식의 서막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같은 주,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에서 3.2%로 상향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확대 덕분이다. 경상수지는 3,600억 달러 규모의 이례적 대규모 흑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의 과실은 설비투자와 수출에 집중되고, 민간소비로의 확산은 완만할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건설투자는 지방 부동산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올해 0.1% 증가에 그친다. 반도체 공장은 돌아가되 아파트 현장은 멈춰 있는 기묘한 풍경. 법안이 속도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물론 법안 통과가 곧 주택 공급은 아니다. 관계부처가 매년 복합개발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중앙부처와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에서 후보지를 검토하며,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용적률 완화와 재정 지원이 약속됐지만, 실제로 첫 삽을 뜨기까지는 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노후 공공청사·학교용지 복합개발 특별법과 공공주택 특별법·주택법 개정 내용은 공포 6개월 뒤에야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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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시장은 움직인다. 조간들의 집계에 따르면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서초 아파트 가격은 2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전역에서 늘어난 매물의 절반가량이 강남 3구에서 나왔다고 한다. 반면 성북·서대문·중랑 같은 비강남권은 한 주 만에 0.4% 넘게 뛰었다. 정책이 시장을 나누고, 시장은 다시 정책을 시험한다.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은 1년 연장됐고, 지정 기간 동안 수도권 내 외국인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강남 3구와 용산은 49%나 줄었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숫자가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빈 교실에 아이들 대신 신혼부부가 들어서는 미래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나는 판단을 유보한다. 다만 도시의 공간은 언제나 그 시대의 인구 구조를 반영해왔다는 사실만은 기억해둘 만하다. 19세기 산업혁명기 맨체스터의 공장 노동자 주택도, 20세기 후반 한국의 아파트 단지도 그랬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학령인구 감소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인구 지형 변화가 법안의 형태로, 용적률의 숫자로, 철거 명령의 조항으로 번역되는 과정이다. 독자 여러분, 당신이 사는 동네의 학교는 지금 몇 학급이 남아 있는가. 그 빈 교실의 미래는 이미 정해졌는지도 모른다.